수풀집 < ‌The forest House >
기억, 회상 그리고 추억 속에 머물다.


나는 사라진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.
 ‘그래서 난 그래’라고 분명하게 정의 할 수는 없지만, 지금의 나는 추억에 꽤나 집착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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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버지의 육남매가 살던 그 곳은 수풀집이라 불렸다.
평생을 수풀집에 머물던 할머니는 내가 열살이던 해에 하늘나라로 떠나셨다.이제는 할머니를 만났던 시간보다 떠나보낸 시간이 더 길어져 버렸지만, 난 아직도 15년전의 그때가 생생하기만하다.
주말마다 할머니집을 가기위해서는 집안이 시끌시끌했고 한달에 한 번은 보양탕집에 들러 한솥 사가곤했다. 그때의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할머니 집 작은방에 앉아 뒹굴고 오빠와 잔디밭을 뛰노는 것이 그저 전부였다. 이 모든게 소중했다라는 건 항상 대상이 사라진후에야 알아 차리게 된다.

할머니가떠나고15년이지난지금, 그곳을 본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. 온몸을 뒹굴던 그 곳은 신발을 신고 긴팔로 온몸을감싸야 겨우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으로 변해버렸다. 사실 변한 것 보단 방치일지도 모른다. 

숨막히는 공기와 잔뜩 쌓인 흙먼지를 제외하곤 15년전 그대로인 그 곳은 굉장히 낯설면서도 익숙했다. 할머니가 쓰시던 침대 위에서 금방이라도 할머니가 손 흔들며 일어나실 것만 같았다. 10살의 나를 반겨주던 할머니가 더욱더 그리워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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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누구나 생각나는 사람 혹은 기억하고 싶은 물건, 공간들이 존재 할 것이다. 나는 그 어느 누구나가 가지고 있지 않은, 나만이 기억하고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존재를 기록하고자 한다.